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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thoughs of hyun

변호사 블로그의 어려움

최초의 블로그는 1994년에 만들어졌고, 1997년에는 웹블로그라는 말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A Short History of Blogging). 저만 해도 블로그를 한지 거의 20년이 되어 갑니다. 그럼에도 정작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소위 “프로페셔널 블로그”를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블로그라는 기술이 도입되어 활발히 사용되다가 흐지부지되면서 더 이상은 누구도 사용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이 블로그를 만들 마음이 생겼다는거죠.

Shed Thou No Blood – 피는 흘리지 말라

모두가 말합니다. 변호사라면 인터넷에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또 소셜 네트워크를 해야 한다고. 그럼에도, 우리는 소송중인 고객에게 소셜 네트워크를 쓸 때는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또,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좋지만, 현재 하는 일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비밀유지의 의무),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서 자랑하는 것은 좋지만, 과장하거나 이번에도 그런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식으로 헛물켜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결과 보장 금지). 현재에 대해서도 말하지 말고, 미래에 대해서도 말하지 말라. 오로지 과거에 대해서만 말하되, 미래와 연결되지 않게 하라. 규칙이 또 아주 복잡합니다. 저처럼 소심한 사람은 그냥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과거사이건 현재진행형이건 그냥 입을 다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살을 자를 준비를 하라. 피를 흘리지 말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딱 1파운드의 살만 자르라. -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Therefore prepare thee to cut off the flesh. Shed though no blood, nor cut thou less nor more But just a pound of flesh. – Shakespeare, The Merchant of Venice

변호사는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인터넷에 뭘 써야 할까요? 법률시장에 대한 뉴스, 판례에 대한 이야기 … 이것도 생각보다 결심이 쉽지 않습니다. 뉴스거리에 대해서 한 번 쓸 수는 있습니다. 뭐 내킬 때마다 쓸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매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매번 여기에 대해서 써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또 법에 대해서도 쓸 수 있습니다. 어차피 계약서 쓰고 의견서 쓰는 일이야 매일 하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혹시나 타이핑 하다가 실수한 것이 있는지, 문법이나 철자 틀린 것은 있는지, 2–3년 전에 확인할 때는 맞는 이야기였는데 아직도 맞는 이야기인지 두번 세번 확인해야 한다면, 그것도 악몽입니다. 마치 제가 업무를 할 때처럼 일관성과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면, 그것 자체로 스트레스입니다. 어쩌면,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는 돈을 받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에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 분업이 잘 되어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로펌 아니라면 어렵습니다. 개인으로서는 일부러 없는 시간을 쪼개어 그렇게 스트레스 받던 일을 또 해야 하는데, 그것도 공짜로 해야 합니다. 언감생심입니다.

변호사는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대형 로펌이라면 모를까… 사실 대형 로펌도 마케팅을 안합니다. 마케팅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전제로 합니다. 로펌은 대량생산은, 에헴, 로펌에 따라 약간씩 다르겠지만, 대량소비는 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의 결과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참고로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변호사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있어야 말이 되는 마케팅보다는 좀 더 변호사들에게 유혹이 크겠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고객유인금지 (non-solicitation)” 또는 영업금지라는 강력한 제재수단이 있으며, 또 (앞에서도 말한) 과거에 대해서는 과장하지 말고, 미래에 대해서는 약속하지 말고, 현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라는 어려운 세 개의 화두가 있습니다. 선문답입니다. 그럼, 영업차 만나면 뭘 할까요? 서로 가능한 빨리 취해서 그런 이야기는 아예 할 수 없게 되기?

그럼 변호사는 무엇을 할까?

이 화두를 깨는데 거의 20년이 걸린 셈입니다. 결론은 더 이상 고민해도 솔로몬의 판결은 없다입니다. 문득, 이런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로스쿨 다니면서 일자리를 고민할 때 한 선배가 해 준 이야기입니다. “너라면 어떤 사람을 뽑고 싶어? 나는 사람을 뽑을 때 이런 상상을 해. 지금 밤 11시가 넘었어. 아내는 벌써 수십 번을 전화하다가 지금은 전화도 안해. 어떻게 빌지 상상도 안가. 내일 아침 9시에 계약에 서명하러 높은 분들 다 오실거야. 상대측 변호사는 최종수정본 6시까지는 보내 준다고 해 놓고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야. 우리쪽에서도 새로 온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벌써 마쳤어야 됐는데, 서류에 코를 처박고 있어. 이제는 더 물어 보기도 민망해. 밤을 새야 할 것 같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어?” 일자리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다르게 이야기해 보죠. 만약 거래가 아니고, 재판이라면? 고객은 앞으로 두어시간 뒤면 감옥에 가거나, 엄청난 돈을 벌금으로 또는 배상액으로 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합의할지, 아니면 판결을 기다릴지 미치겠습니다. 이 소송에 따라 인생이 바뀔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 곁에 있길 원할까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변호사의 영업이고, 변호사의 마케팅입니다.

여기에서는 내가 그런 변호사임을, 내지는 적어도 그렇게 되고자 노력한다는 점을 보이고자 합니다. 과거 이야기도 하지 않고, 현재 이야기도 하지 않고, 미래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서요. 괜히 홈페이지 하나 만들었다가 화두에 화두를 더하는 셈입니다. 솔직히 이 도메인은 이메일 때문에 샀습니다. hyun [AT] hyun.lawyer 멋지지 않습니까? … 그냥 그렇다구요. 이메일을 셋업하고 나니 왠지 홈페이지도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럼 여기서는 무엇을 할까?

누구나 삶의 우선순위가 있죠. 첫째 가족, 둘째 친구, 세째 동료, 마지막으로 자신. 정말로 이 우선순위에 따라 살고 싶지만, 인생이 항상 그렇게 풀리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이곳은 이 우선순위를 따라 구성하고자 합니다.

가족에게 하고픈 말

아들은 대학생입니다. 미국 유학중입니다. 효자죠. 아들에게 하는 말, 하고싶은 말을 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만약 비슷한 연배의 아들딸이 있다면, 또는 비슷한 연배의 누군가의 아들딸이라면, 가끔은 읽고 싶은 글이 있을 것입니다. 인생을 계획하고, 크고작은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준비하는 이야기입니다.

친구에게 하고픈 말

여기서 친구란 고객을 포함합니다. 사실 독서를 많이 하고, 내향적이라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변호사라면 고객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가능한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Domain knowledge라 하더군요. 대체로 흔히 경영이라 부르는 내용에, 그리고 비즈니스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 나이가 되면, 친구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이야기는 “먹고 사는” 이야기거든요.

동료에게 하고픈 말

함께 일하고, 협업하고, 경쟁하고 싸우는 변호사들에게 하고픈 말입니다. AI 그러니까 인공지능, 자동화, 업무를 하는 요령과 방법, 에티켓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다른 맥락에서 “먹고 사는” 이야기겠죠.

나에게 하고픈 말

변호사는 선형적으로 생각합니다. 텍스트로 생각합니다. 문득, 그래서 불편한 점, 눈 앞에 있는데 보지 못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해 졌습니다. 그래서 취미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미술, 카메라 등등.

제 장비 이야기도 좀 해 보겠습니다. “변호사가 연필만 있으면 돼지”라고 생각하신다면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볍률시장도 큰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먹고 사는” 이야기의 핵심인 요리에도 관심을 가져 보려 합니다.

좀 뜬금 없지만, 외국어에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