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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미래

애플은 마치 계속 자기와만 놀아 달라고 칭얼거리는 애인이나 고양이같습니다. 있어서 좋지만, 어떨 때는 좀 귀찮죠. 구글은 전기나 수도처럼 유틸리티 회사같습니다. 제대로 돌아갈 때는 존재감도 없는데, 막상 문제가 생기거나 고장이 나면 비로소 구글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느끼게 되죠. 페이스북은 마치 끊어야 하는 술이나 담배나 게임같습니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계속 하게 되죠.

아마존은 … 무섭습니다. 도저히 사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아주 편리하지만, 아마존이 꿈꾸는 미래에는 제가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는 무서움이 듭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이 책을 읽었죠: Stone, Brad. 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 Back Bay Books, 2014.: 한글 번역본 브래드 스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번역자: 야나 마키에이라. 21세기북스, 2014.

또,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던거죠: 다나카 미치아키. 아마존 미래전략 2022. 번역자: 류두진. 반니, 2018.

5요소분석법
그림: 5요소분석법

이 페이지에 올 때까지는, 당연히 뭐 아마존 이야기니까라고 읽었습니다. 위 그림을 보는 순간부터 심각하게 후회했습니다. 대충 120페이지 정도까지는 순전히 의지로 읽었습니다. 그 뒤로는 좀 나아졌죠.

일본 사람들은 정말 도식화의 귀신입니다. 아마 저자 다나카 미치아키는 나름 유명한 사람이겠죠. 이런 그림을 그리고도 책을 잘 파는 걸 보면 말이죠. 이건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겁니다.

첫째는 도, 둘째는 천, 셋째는 지, 넷째는 장, 다섯째는 법 다나카 미치아키, 아마존 미래전략 2022.

다나카 미치아키에게 도는 경영원칙/목표/미션 등입니다. 천은 타이밍입니다. 지는 유리한 환경입니다. 업계구조, 경쟁우위, 입지전략 등등입니다. 장은 리더십시고, 법은 회사의 프로세스이고, 플랫폼이나 생태계입니다. 대충 경영학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죠. 그러니까, 이 책의 목표는 경영학에서 지금까지 나온 모든 프레임을 총동원하여 아마존을 파헤쳐보자는 취지인 것 같은데, 아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경영학 특히 마케팅에 대한 불신이 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다나카 미치아키는 마케팅에서는 4P1를 강조하지만, 아마존은 여기에 4C2를 더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 4P는 상품의 제공자 측 개념인 반면 4C는 고객 측 개념이다. 아마존의 고객 중심주의는 마케팅 전술에도 치밀하게 반영되어 있다. – 다나카 미치아키, 아마존 미래전략 2022.

마케팅에 대한 내 불신은 이런 “4P”같은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이 네 가지만 챙기면 마케팅은 끝난다는 말인가요? 즉, 다른 것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이 네 가지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뜻일까요? 일종의 프레임인가요? 아니면, 그냥 남들은 다 그렇게 한다는 뜻? 아니면, 그냥 이렇게 하면 외우기 쉽다는 그냥 mnemonic? 그리고, 그 어떤 것이라 해도 – 특히 위에서처럼 이제는 아마존처럼 4P에 4C를 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이것은 관찰자의 훈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Hindsight is 20-20”인거죠. 끝나고 말하기야 쉽죠.

한 100페이지 넘어가면 읽을만 합니다. 사실 SWOT이니, PDCA (Plan -> Do -> Check -> Action)니 하는 말을 배우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든게 아니거든요. 마지막으로 아마존 관련 책을 읽은게 2015년이었으니 ((missing reference)) 그때 이후 엄청나게 많은 것이 바뀌었으므로 다시 아마존 이야기가 나오면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마치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질문같지만, 온라인 상점이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경우와 오프라인 회사가 온라인으로 진출하여 격돌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거의 온라인이 이긴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회사는 “사용자 경험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나카 미치아키, 아마존 미래전략 2022.). 그는 “사용자 경험을 치밀하게 추구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사용자 경험을 데이터화하지 못했고, 완전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사실 이것 한 마디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만 합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AWS는 전사 매출의 9%이지만, 영업이익의 74%가 여기서 나온다는 이야기 (다나카 미치아키, 아마존 미래전략 2022.) – 요즘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

마지막으로 아마존 리더십 원칙 14계명을 정리해 두겠습니다. 이것은 아마존 홈페이지에서도 Leadership Principles라고 나오는 것입니다. 다나카 미치아키는 이를 에서 소개합니다.

아마존 리더십 원칙 14계명

1. Customer Obsession: 저자는(역자는?) “고객에 대한 집착”이라고 번역했는데, 저라면 “고객 강박”이라고 하겠습니다. “리더는 고객에서 시작하여 거꾸로 온다.”

2. Ownership: “주인의식”이라는 번역 좋습니다. 전문경영인제도의 문제, 즉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프 비조스처럼 독하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진짜 독합니다.

3. Invent and Simplify: 사실 제가 요즘 업무를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입니다. 단순화하고, 절차화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제프 비조스는 말합니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 들인다.”

4. Are Right, A Lot: 이 부분에 대한 번역은 가장 불만스럽습니다.

항상 정확하고 옳아야 한다. 리더는 모든 상황에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강력한 판단력과 더불어 경험에 기반을 둔 직감을 갖추어야 한다. 다양한 사고방식을 추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반증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내용을 완전히 잘못 읽었습니다. “항상 옳아야 한다”라면 “are right” 또는 “are right, period” 또는 “are right, always” 같이 하겠죠. “a lot”이라는 것은 언제나 틀렸을 수 있고, 이를 받아 들이라는 충고입니다. 어느 정도 맞으면 “a lot”일까요? 80%? 51%? 저 같으면 50% 언저리를 말하겠습니다. 저같으면 이렇게 번역하겠습니다.

옳은 경우가 많다. 강한 판단과 좋은 직감이 있다. 다양한 관점을 추구하고, 자신의 믿음의 오류를 찾아 내려 노력한다.

원문: Leaders are right a lot. They have strong judgment and good instincts. They seek diverse perspectives and work to disconfirm their beliefs.

5. Learn and Be Curious. 배우고, 호기심을 유지한다. 역자는/저자는 “They are curious about new possibilities and act to explore them.”를 “새로운 가능성에 호기심을 갖고 실제로 그것을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번역합니다.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에 호기심을 갖고, 이를 탐구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

6. Hire and Develop the Best. 최고를 채용하고 기른다.

7. Insist on the Highest Standards. 최고 수준 추구.

8. Think Big. 크게 생각하라.

모두가 크게 생각하고 싶죠. 어떻게? 역자는 “좁은 시야로 생각하면 커다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번역했습니다. 원문은,

Thinking small is a self-fulfilling prophecy.

작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충족적 예언

작게 생각하면 작을 수 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크게 생각하라는 것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더 이상 크게 생각하는 것을 규정하겠습니까? 말해 준다고 알까요?

9. Bias for Action. 잘 모르겠으면 행동하라. 저 같으면 이렇게 번역하겠습니다. 역자는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라”고 번역합니다. 이어서 말합니다.

Many decisions and actions are reversible and do not need extensive study. We value calculated risk taking.

저는 이 말을 “나중에 뒤집을 수 있는 결정과 행동은 그냥 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좋은 충고입니다. 잘 모르겠으면, “이것 나중에 뒤집을 수 있을까?”를 물어 보면 됩니다.

10. Frugality. 절약. 영어만 옮겨 놓겠습니다.

Accomplish more with less. Constraints breed resourcefulness, self-sufficiency and invention. There are no extra points for growing headcount, budget size or fixed expense.

11. Earn Trust.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제가 번역하자면,

리더는 세심하게 듣고, 솔직히 말하며,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 심지어 어색하거나 당황스러운 경우라도 내 놓고 자기를 비판한다. 리더는 자기 또는 자기 팀원들에 대해 현혹되지 않는다.

Leaders listen attentively, speak candidly, and treat others respectfully. They are vocally self-critical, even when doing so is awkward or embarrassing. Leaders do not believe their or their team’s body odor smells of perfume.

12. Dive Deep. 깊게 천착하라.

13. Have Backbone; Disagree and Commit. 고집. 반대하고, 전념하라.

까다롭지만, 역자는 “have backbone”을 “명확한 기준”으로 번역했네요. 뭐라고 번역할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깡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14. Deliver Results. 결과를 내라.

참고문헌

다나카 미치아키. 아마존 미래전략 2022. 번역자: 류두진. 반니, 2018.

Stone, Brad. 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 Back Bay Books, 2014.: 한글 번역본 브래드 스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번역자: 야나 마키에이라. 21세기북스, 2014.

각주

  1. 제품 (Product), 가격 (Price), 유통 (Place), 판촉 (Promotion)을 말한다. ↩︎

  2. 사용자 가치 (Customer Value), 지불 비용 (Cost), 편의성 (Convenience),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을 말한다. ↩︎